인터뷰 장소- 경의선숲길<목수의딸>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솔지입니다. 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해서 미술 이론과 전시를 주로 배웠고, 좀 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미학을 전공했습니다.
지금은 일도 함께 병행하다 보니까 졸업이 길어져서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홍우주와는 서교예술실험센터 운영단 2기를 하고 있을 때 인연이 생겼어요. 당시 정문식 상임 이사님, 성재 조합원님도 계셨죠.
그때 함께 홍대앞 협의체를 만드는 사업에 참여를 하게 되었어요. 그 형태가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만들어졌고 조합원으로 가입을 하게 된거에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홍우주협동조합에서 이사도 하고, 문화 기획 코디네이터도 하고, PM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조합원으로 살다가 지금 현재 다시 이사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 공부도 하시면서, 개인 작업도 하시고, 홍우주 활동까지, 하는 일이 많으셔서 굉장히 바쁘셨을 거 같아요
일을 엄청 많이 한 건 아닌데, 제가 워라밸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잠 안자고 밤새워서 일하고 그런 것들을 잘 못해요. 그래서 삶도 챙기면서, 활동도 하고, 개인 작업도 하고, 학업도 하고, 201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느슨하게 이어온 몇 년이었던 것 같아요.
3. 홍우주와 함께하신 지 거의 8년이 되었어요, 규모가 커진 홍우주를 보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놀랍죠. ‘홍대앞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할 거고, 사회에 대한 어떤 발언도 할 거야!’라고 상상 하면서 시작하긴 했지만, 처음에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형식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어요.
대표가 나서서 내가 자본금으로 5천만 원 쓸게 이런 게 아니다보니까, 사람들을 모으고 돈을 모으고, 어떻게든지 이 조합을 유지 시키는 게 늘 미션 같은 거였죠. 그러다보니 열심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가다가 엎어질 수도 있겠다.. 그런 불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무국으로 오래 계셨던 분들께서 정말 노력을 많이 하셨죠. 방법을 많이 찾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유지되어 온 것에 대해서 너무 놀랍고, 조합이나 사업의 모습도 구체화되고 확장되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습니다.
4. 홍우주 설립 당시 어려움이 많았다고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제가 조합 이사로 있다가 홍우주로 출근하는 멤버가 됐을 때, 그때 에피소드가 진짜 많은 것 같아요.
출근을 하게 된 시점이 비축기지 쪽 컨테이너 사무실로 출근을 했을 때 였어요. 컨테이너 벽면에 페인트를 칠하게 된 거예요. 한여름이었고, 에어컨도 아마 제대로 안 됐었던 기억이 나요. 평범한 상황은 아니긴 하잖아요? 겨울에는 출근하면 생수가 얼어있고, 여름에는 너무 덥고 야외 화장실이 고장 나서 갇히고 사람들이 문 부셔서 구해주고.. 그런 상황들이 그 전까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사무실 분위기였는데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니 복작복작 사람들하고 엮일 수 있었던 공간과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게 재미있었고 가장 기억에 남네요.
5. 홍우주가 앞으로 뻗어나갈 '우주', 솔지님이 상상하시는 '우주'는 어떤 모습인가요?
처음에 협동조합 활동 할 때 가입해달라고 엽서 같은 것을 주변에 나눠 준 적이 있어요. ‘근데 왜 홍대앞이어야만 해?’하는 질문을 오히려 받은거에요. 그때 홍대앞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만들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거를 다른 지역 또는 다른 곳과 연결하여, 더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우주로 뻗어나갈' 에 공감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해 봤을 때는 홍대앞이라는 우주도 굉장히 광활해요. 뻗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홍대앞이라는 중심 지역으로서 얘기되지 못한 것, 다른 면모도 보고 싶은 것 같아요.
홍대앞의 다양한 모습을 더 들춰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6. 솔지님을 홍우주까지 이끌게 했던 홍대라는 공간의 힘이 무엇일까요?
대학교 2학년 때 홍대놀이터에서 거리 미술전을 했던 적이 있어요. 항상 다음 날 홍대놀이터를 청소해야 되는 임무가 있었는데, 어느 날은 한 여자분이 거의 만취 상태에서 놀이터 미끄럼틀에 누워서 청소하는 저한테 말을 막 거시더라고요. ‘프랑스에서 왔는데~’ 이런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는데, 술에 취해 보이셨긴 하지만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독특했어요.
홍대앞이라는 게 그런 거 같아요. 그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이야기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신선한 접촉이 일어나는 공간? 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고 더 열려 있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그 속에서 나도 좀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거 같아요.
7. 지금 하고 계신 일에 대해서 소개 해주세요
18년도에 더블데크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착안하여 기획사 겸 출판사인 더블데크웍스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어요.
주변 동료들과 그때그때 다양한 일에 연결되어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여 홍우주 조합원이기도 하고 제 배우자이자 동료인 강재영씨와 함께 일하고 있어요.
작년에 신촌문화발전소에서 전시를 기획했어요. 감정이나, 마음 상태의 지속 혹은 변화를 시각적 상호작용으로 나타내보고 싶었어요. 이를 ‘눈'의 여행이라고 표현하고, 그림이나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것과 감상하는 것 사이에서 연결되는 지점을 주제로 하여 이미정, 정지윤, 최희정, 세 명의 작가분들과 전시를 했었고요.
또 작년에 프로젝트로 예술콜렉티브 <분단이미지센터> 를 만들고 함께 예술 활동을 했어요 . 시각 예술가인 반재한 작가가 제안을 해서 팀을 만들고 저희는 기획자로서 더블데크웍스로 참여를 하고 있어요 반재한, 오로민경, 조기현 작가와 저와 재영씨까지 다섯명이서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죠.
70년이 넘은 분단을 예술적인 방법으로 이야기하는 게 우리한테는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분단의 끝이 꼭 통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탈분단의 시기가 올 것이고 그 시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지금과 같은 분단 시기에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그려냈는지, 또는 이런 예술을 어떻게 바라볼까 라는 목표의식을 가지고 기획했어요.특히 ‘MZ’로 불리는 우리 세대는 전쟁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다 보니까, 분단을 겪고 있긴 하지만 몇 개의 이미지들로 구성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이미지의 편협함에 있어서 우리가 분단 이미지라고 하고 다양하게 펼쳐보자는 관점으로 웹진이나 프로그램, 전시 같은 활동을 했어요.
올 해는 리서치나 교류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예요.
8. 요즘 솔지 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있는 주제 또는 전시로 기획해보고 싶으신 게 있을까요?
요즘 작가분들의 전시를 보면 주류나 정상이라고 말하는 그 외에 것들을 둘러보는 작업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 전시를 가면 느끼는 게 저는 장애가 없는, 그러니까 사회가 말하는 정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떤 정상 바깥의 범주나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나 접근성을 확장하는 전시를 갈 때는 저는 때로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 위치에 자연스레 서게 되기도 해요. 제가 설 자리를 조금 더 확장시켜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전시, 작품이 그 경계를 옮겨다니도록 해줘요. 누구를 정상이나 비정상의 규범에 가둘 순 없고, 어떤 기준에서, 어떤 시간에 이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완전 평범해. 정상적인 사람이야’ 이러지만 다들 어떤 부분에서는 약하거나 힘든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시각에서 전시를 바라보고 무언가를 느끼는 경험이 된다면, 그런 경험을 통해 서로 인정하고 위해주고 나누는 과정들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저도 그런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작업들을 해보고 싶다.하는 생각이 있어요.
9. 6년 전에 인터뷰 때 본인을 진지한 사람이라고 정의하셨어요. 그렇다면 현재 그리고 미래의 본인은 어떤 사람이고 싶으신가요?
현재는 불안 속에서도 행복함을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
미래는 건강한 사람! 원래도 체력이 좋지는 않은데.. 홍우주 등산 모임 갔을 때 제가 나이가 제일 어렸는데도 제일 뒤로 쳐지고 체력이 너무 떨어지는거예요. 산에서 내려오면 바로 밥집을 가잖아요. 밥집에 앉자마자 다리가 너무 아픈 거예요. 너무 민망했어요.
그리고 또 제가 맛있는 거 먹고 한 잔 하고 이런 걸 좋아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맥주를 먹으면 너무 머리가 아픈 거예요. 그래서 요즘 닌텐도 링피트도 하고 사이클 타고 있거든요. 하니까 확실히 몸이 덜 피곤하고 즐거워요. 이제 술 먹을 때도 작년에는 머리가 종종 아팠다면 지금은 가끔 아프다?ㅎㅎ
나이가 좀 더 들어서도 즐거울 때는 마시고 여행도 다닐 수 있는 체력이 된다면 다른 걱정은 안 들 것 같아요.
10. 6년 전 인터뷰 때 알고자 하는 의지, 공부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다고 하셨었는데 지금은 어떠신가요?
의지나 욕구는 큰데 학문을 학문답게 하는 걸 약간 답답해하는 것 같기도 해요.
오히려 내가 철학적으로 또는 미학적으로 읽었던 예술 텍스트를 가지고 작업이나 전시를 해석하는 과정에 요즘엔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학문적으로 예술의 의미를 규정하는 과정은 굉장히 지난하잖아요. 지금 그 작가의 작업이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고 또는 이 작업들이 동시대적으로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지 보여주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걸로 관심사가 발전된 거 같아요. 그래서 요즘엔 기획 외에도 전시 서문이나 리뷰 같은 글들을 가끔 써요. 그럴 때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11. 홍대 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인가요?
사실은 지금은 없어요.. 제가 좋아했던 데는 많이 없어지고 건물도 바뀌고 모습도 많이 바뀌고..
그런 식으로 되다 보니까 홍대앞이라는 공간을 여전히 애정하기는 하지만 나만의 아지트 그런 것 보다는 길 개념으로 그때 그때의 순간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 근데 하나 생각난 거 있어요. 카페 더블루스! 상수 쪽에 블루스 카페라는 곳이 있어요 운영시간이 12시부터 6시까지라서 누구한테 맞춘 시간인지는 모르겠는데.(웃음)
커피도 정말 맛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상수 살 때 자주 갔었던 카페입니다. 추천해요.
12. 최근 내게 감동을 준 oo은?
제가 정기적으로 구독하고 있는 '전기가오리'라는 출판사에서 발행한 책입니다. 출판사 보다는 학문공동체 개념이 맞을 것 같네요. 후원을 하면 몇 달에 한번 씩 물질적 혜택으로 책을 출판을 해서 후원자에게 발송을 해줍니다.
고대 철학부터 노동, 페미니즘 등 철학적 논의들을 주로 다뤄요. 제가 예전에 스타카토H 기획할 때 신우승 운영자님을 모셔서 이야기 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었는데,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부터 단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까지 철학에 대한 접근성을 넓혀주는 사업인거죠.
그 중 제가 소개해 드리는 책의 제목은 '『2096년에서 되돌아보기』인데 리처드 로티라는 사람이 쓴 짧은 글이에요. 2096년의 시점에서 지금의 미국 사회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미래의 기준에서 볼 때 얼마나 말도 안되는 불평등이 용인되었던 사회였는지 짧게 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이 글이 좋았던 거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분단이미지센터> 프로젝트의 경우도 분단이 끝난 시점에서 지금의 분단 시대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모습이나 예술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할까에 대한 걸 다루거든요.
홍대도 마찬가지로 관광특구위기, 이런 논의들을 지금 시점에서 보기보다 좀 더 멀리서 시차를 두고 바라보았을 때 어떻게 변해 있을지를 상상해 보거나 이야기 해본다면, 지금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더욱 명확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또는 조금 더 나은 상상을 해볼 수 있게끔 하는 동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작업을 홍대앞에서도 하면 즐겁겠다. 우리한테 어떤 계기가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관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책을 가지고 와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