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리랜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유모라입니다. 홍우주 조합원이고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포구에서 2010년부터 살고 있고, 현재 연남동 주민입니다.
2. 요즘 근황이 궁금해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별일 없이 한가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10월이 되면서 갑자기 너무 바빠졌어요. 9월에 정말 열심히 하던 게임이 있었는데요. <라멘가게스토리2>라는 모바일 게임인데 픽셀로 만들어져서 그래픽이 너무 귀엽고 정말 재밌단 말이에요. 제가 원래 거기서 돈코츠 라멘을 열심히 개발하고 간장 라멘, 소금 라멘도 만들고 밀가루도 자가 제면도 하고 있었거든요. 분점도 내고 백화점 안에 입점도 한 상황인데 제가 너무 바빠져서 관리가 안 되고 있어요. 건너편에 라이벌 가게가 만들어져서 단골 다 뺏어가는 상황인데 관리할 시간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3. 게임에서도 바쁘게 사시는 것 같은데, 현실에서 바쁘신 일도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10월 초에 홍우주에서 주최한 <THE SUB>의 기획자로 참여해서 행사를 마쳤고, 이후에도 계속 일들이 들어오는데 시일이 급한 것들이 많아요. 그중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는 10월 27일 순천시에서 이우영 작가 추모전시가 열립니다. 그 전시 운영을 맡게 돼서 아주 바빠졌어요. 시간이 2주밖에 주어지지 않았거든요. 모든 디자인을 4일 안에 끝내야 하는 상황이라 두 명의 디자이너와 치열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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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열리는 이우영 작가 추모 전시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우영 작가님은 만화 <검정 고무신>을 그렸던 작가님이시고, 지난 8월에 홍우주와 노원문화재단 공동주최로 <이우영 1972-2023 : 매일, 내 일 검정 고무신> 이우영 작가 추모전시가 열렸잖아요. 그때 발표했던 연표, 인터뷰 영상, 추모 음악, 이우영 작가님의 흑백사진을 순천에서 열리는 2023 전남웹툰페스티벌 특별전 <나의 검정 고무신>을 통해 다시 전시하게 되었어요. 노원은 실내 전시였지만 순천은 야외 전시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원화가 아닌 디지털 파일의 인쇄물만 전시할 예정이고, ‘검정 고무신 없는 검정 고무신’이라는 기획 코너를 통해 홍비치라, 양영순, 석정현, 이리건, 김동훈, 이우진 여섯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를 전시해요. 캐릭터 원작자가 자신의 캐릭터를 활용해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입니다.
4. 위에서 언급했듯 홍우주에서 주최한 페스티벌 <THE SUB>에서 모라님은 기획자로 참여하셨죠. <THE SUB>는 어떤 행사인가요?
<THE SUB>는 홍대앞 서브 컬쳐 음악을 조명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축제입니다. 대부분의 밴드들은 페스티벌이 아닌 이상 지하에서 공연이 이뤄지거든요. 지하에서 펼쳐지고 있는 음악을 지상에서,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더 넓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여기 우리가 있다, 홍대앞에 아직도 이런 문화가 있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홍대앞의 풍경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홍대앞에 모여있었던 음악가들의 작업실, 공연장 등이 밀려나거나 사라졌고 그 자리를 일반 유흥 클럽이나 술집들이 차지하고 있죠. 그래서 홍대앞 거리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과 높은 볼륨으로 음악을 울려 퍼지게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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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가 된 올해의 <THE SUB>는 작년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죠. 어떤 변화였을까요.
무엇보다 장소가 바뀌었죠.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했던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신촌 스타광장에서 이뤄졌습니다. 마포구청에서 축제 인가를 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해왔고 작년의 어마어마한 민원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대문구로 옮겨갔고 장르적으로도 헤비한 음악이 주를 이뤘던 작년에 비해 다양한 음악으로 채우려 했습니다. 사실 저는 행사 당일에는 너무 바빠서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없었는데 현장 스케치 사진을 보니 관객들이 웃고 박수치고 머리를 흔들고 있더라고요. 그걸 보니 그럼 됐다 싶었어요. 나만 힘들었지 본 사람들은 좋았구나. 그럼 됐다. 이런 기분. (웃음)
5. 모라님은 기획자시죠. 어떻게 기획자로서의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대학교에 입학한 학기 초에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신 이소선 님이 특강을 오셨어요. 그때 단편선이 전야제 공연을 하러 왔는데 제가 그 공연을 보고 우연히 뒤풀이 장소에 참석하면서 단편선을 또 만나게 돼요. 단편선이 홍대앞에 두리반이라는 곳이 있다고 한 번 공연보러 놀러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 계기로 두리반에 가게 됐는데, 두리반은 강제 철거를 당한 칼국수 식당이었고 그 이야기를 알리려고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때 단편선을 비롯한 많은 인디밴드를 알게 됐고 홍대앞에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도 알게 됐죠.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음악가들이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을 해도 페이를 받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걸 듣다 보니 제대로 된 페이를 주는 기획자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럼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 공연 기획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6. 홍우주에서도 기획자로서 많은 일을 함께 해오셨잖아요. 어떻게 인연이 되었고 어떤 일들을 해오셨나요?
2016년 당시 홍우주의 이사장이었던 정문식 님이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기획팀장으로 입사해서 사회적경제특구사업을 담당했고 <스타카토H>의 초기 기획들, 웹사이트 개발과 브랜딩,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또 <도시문화랩>, <어서오세요 연남에 페스티벌>에도 참여했고 <DIY 뮤직 가이드북>이라는 책 제작도 참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DIY 뮤직 가이드북>이 아주 뿌듯했어요. 후속작도 내고 싶습니다.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장르를 옮겨 다른 가이드북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7. 기획자라는 직업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참 어려운 것 같은데요. 모라님이 생각하시기에 기획자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시작을 열고 과정을 만들고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획자가 건축가랑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왜냐면 집을 지으려면 어디에 지을지, 어떤 집을 지을지, 어떤 사람이 살지, 예산은 얼마나 들지 전부 생각해야 하잖아요. 기획 역시 축제 하나를 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축제인지, 위치, 장소, 실내일지 야외일지, 무대에는 어떤 아티스트를 세워야 할지, 관객은 몇 명일지 전부 생각해야 하거든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 같기도 하고요. 초대하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해요. 판을 열고 사람들을 모으고, 동료를 구하고 그 초대의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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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님은 프리랜서 기획자로 오랜 기간 지내오고 계시는데, 프리랜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을 잘 사귀는 게 중요하다입니다. 나에게 일 제안 주는 것도 사람이고 내가 일을 진행할 때 꼭 필요한 존재도 사람이에요. 프리랜서는 네트워크가 진짜 중요해요.
8. 이제 이야기를 마쳐볼까 하는데요. 모라님이 요즘 기대하고 계시는 것이 있을까요?
순천만습지에 가는 걸 기다리고 있어요. 순천만습지가 가을에 정말 아름다워요. 이맘때 은빛 갈대가 쫙 펼쳐져요. 고등학교 때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가고 싶었어요.
그리고 곧 다가올 내년을 생각하면 주변 친구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기대가 돼요. 올해가 유독 힘들었던 사람들이 있다면 올해가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테고 올해부터 무언가 준비를 한 사람들은 또 그 결과가 나올 내년을 기대하지 않겠어요? 그런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날 일들이 기대돼요. 저는 내년에 무엇을 할지,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고 크게 기대하는 바도 없기 때문에 저에게 별일이 없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에요.
9. 홍대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근처에 있는 리틀빅이라는 바입니다. 저는 일 특성상 회의를 정말 많이 하고 머리를 많이 쓰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뒷목이 빳빳해지고 오래 앉아있다 보니 자세도 많이 무너지거든요. 그런 날은 어깨도 아프고 무엇보다 머리가 엄청 아파요. 오랫동안 머리를 쓰다 보면 두통이 생겨요. 그 상태에서는 집에 가도 휴식 모드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전에 좀 환기 시키고 싶거든요. 그럴 때 저는 리틀빅에 가서 칵테일이나 위스키와 함께 혼자 가만히 앉아있어요. 정말 좋은 휴식시간이 돼요. 진짜 좋아해요. 추천합니다. 바에 방문하셔서 리틀빅 사장님께 모라씨가 추천해주셔서 왔다고 말 건네보세요.
10. 최근 나를 감동시킨ㅇㅇ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그걸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안에 내용은 모라가 하려는 일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말들이었는데 이 사람이 진심으로 나를 응원하고 있구나라는 게 너무 느껴졌어요. 정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일을 할 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는 내가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도 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너는 그걸 정말 잘 해낼 거라고, 너이기 때문에 잘할 거라고 무조건적인 응원을 해줄 때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구나 알게 됐어요. 그때 감동이었어요, 그런 마음을 저에게 주었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