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신민준입니다. 2020년에 홍우주에 가입을 하고 조합원으로 활동을 하다 현재 5기 이사회에서 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시각예술가이자 문화운동가로 활동 하고 있습니다.
2. 홍우주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 홍우주를 알게 됐던 것은 2016년도에 학교에서 기획했던 거리미술전이 계기였어요. 당시 거리미술전 전시 주제가 젠트리피케이션 이였거든요. 사실 홍대앞 거리미술전은 90년대 초반, 민주화 이후에 대안문화가 발아하던 시기에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시작한 행사로 민중 혹은 대중들에게 일상적인 예술로 다가가겠다는 야심찬 기획이었죠. 하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 홍대 거리미술전이라고 하면 항상 주제나 전시명이 <컬러풀>, <리볼버>처럼 큰 주제 의식 없이 상투적인 전시명의 나열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날카로움이 사라졌고 기획이 없으니까 벙벙한 주제들로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2010년대 중반 정도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지고 학생들도 내가 좋아던 술집과 가게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감각하기 시작할 때, 예술학과 학생들이 거리전 단장을 하게 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제대로 된 기획으로 전시를 진행 하게 된 거죠. 당시 거리미술전 기획자들이 홍대 학생들 뿐만아니라 홍대 앞 사람들이랑 함께 전시 외에도 강연이나 토크,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어요. 그 당시에 지금 정문식 이사님이 [홍대앞 문제 다루기 : 문화, 예술, 건축을 중심으로]라는 포럼 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안에서 예술가는 어떻게 배제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어요. 그 때, 강연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처음으로 홍우주를 알게 되었죠.
이후에는 저도 미술대학 학생회장이나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홍대와 홍우주의 관계들을 계속 만들고 싶었었는데, 홍대앞 관광특구가 이야기 나오기 시작할 때 홍우주에서 요청이와서 학생들에게 반대 서명을 조직하기도 했었죠. 조금 더 직접적인 협력이나 연대를 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안되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마음이나 생각 한켠에는 홍우주가 있었던 거죠.
그러다 직접적으로 홍우주에 조합원으로 가입을 하게 된 계기는 [홍우주 5주년 기념파티 5구 5구 잘했어, 홍우주]에서 조직당했어요. 학교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학교 졸업 이후에도 홍대앞에 대한 관심 혹은 그리움 같은게 있었는데, 홍우주가 기념파티를 한다고 당시 이사 한분이 오라고 초대를 하는 거에요. 그래서 갔더니 갑자기 자산화 계획(모두의놀이터)을 설명하시면서 우리는 건물주가 될거다(웃음)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당시 단편선 이사장님, 정문식님이 계셨고, 같이 술 마시고 춤 추면서 속으로 저 사람들 이상한데 멋지다…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그때도 '너 내 동료가 돼라!' 이런식으로 제안을 받기는 했었지만, 당시 제가 금전적으로 부담이 있었어서 가입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어요. 다만 관광특구나 연대요청 관련해서 제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부끄러운 수준으로 연대하면서…. 꾸준하게 홍우주와 인연을 이어갔었죠. 가입을 못한게 마음의 빚으로만 남아있었다가 이후 여유가 생기고나서 내가 좋아하는 단체나 내가 도움을 받았던 곳들에게 후원이나 가입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홍우주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3. 시각예술가와 문화운동가로 활동하신다고 소개하셨는데, 예술가로서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초기에 예술가로서 고민하는 주제나 이야기들은 예전에는 대게 정서적인 것이었던 것 같아요. 그걸 일기장 작업이라고 하는데, 우울감이나 외로움 등 자기 정서나 감정들 부터 시작 해서 느꼈었던 것들을 주제로 회화 작업을 했었죠. 이후에는 학생운동을 하며 제도에 대해 사고하거나 행동할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정서보다는 제도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갔던 것 같아요. 이후에는 사회 제도나 구조들이 개인 혹은 공동체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지 혹은 고통을 주는지에 대한 작업들을 해왔어요.
이렇게 첫 변화가 일어났던 작업은 편의점에 관한 작업이었던 것 같네요. 당시에 제가 돈을 제일 많이 쓰고 자주 가던 곳이 편의점이 였거든요. 편의점이 당시 나의 삶과 우리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24시간 열려 있고, 무엇이든 간편하게 구매 할 수 있고, 쉼 없는 노동이 이어지고, 그렇지만 그 안을 구성하고 있는 상품의 품질들은 사실 썩 좋지 않다던가 하는 것들... 편의점을 주제로 사진 작업이랑 설치 작업을 하면서 그런 방식의 사회 구조를 다루는 작업들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 학생운동으로 점철된 삶을 살다보니 졸업할 때가 되었는데, 그 때 저는 저에게도 그리고 세상에게도 의미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소위 “한방 먹여주고 싶은 거죠" 그래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졸업을 앞두며 느꼈던 감정이었던 “어릴적부터 꿈꾸던 대학이라는 게 부질 없구나”에 집중해보기로 했어요. 대학만 가면 예술가가 되는 것처럼, 예술가가 마치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대학을 졸업하면서 느낀 건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였거든요. 그러면서 예술가라는 것이 개인의 재능만으로 만들어질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때 작품 주제가 '예술가가 되는 법'이였어요. 학교 다니면서 흔히 교수나 선배들에게 들었던 말들을 수집해서 알고리즘적으로 배치한 작업이에요. 공공연하게 교수나 선배들이 학생들한테 물어요, “너희 집에 돈 많니?” 없다고 대답하면 너 이제 “돈 많은 여자애랑 사귀어야 된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 이야기들을 우스겟 소리로 하지만 사실 날카롭게 뜯어 보면 이런 단편적인 대화가 예술계나 사회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시리즈 작업이 되어서 첫 작업인 18년 이후에도 19년에는 미술계를 둘러싼 지원사업이라는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했었고 21년에는 홍우주 남하나이사가 블랙리스트 전시를 함께 해보자 제안을 해주셔서 블랙리스트라는 관점에서 예술계 안의 제도들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고찰해볼 수 있는 설치 작업들도 진행 했었습니다.
좌: <예술적 알고리즘 #1> 2018, 우 : <예술적 프레임워크 #1> 2021
요즘 고민하고 있는 건 너무 활동 혹은 정책 위주의 삶을 살다 보니까 평소에 작업에 쏟는 시간보다 활동에 쓰는 시간들이 훨씬 많아서 사고가 어쩔 수 없이 플랫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떤 사업에 맞추어 작업을 근근히 끝내고 나면, 내가 작업에 쏟는 시간을 더 내어 더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면 이 방식이 최선이었을까?라는 고민이 들때도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엮음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는 “만일 당신이 뭔가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것보다 오히려 ‘뭔가를 추구하지 않는 나 자신은 원래 어떤 것인가’를, 그런 본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보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곧이 곧대로 파고들면 얘기는 불가피하게 무거워집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저는 그 말이 되게 와 닿았었던 것 같아요. 저도 이제 막 30대에 들어오기 시작을 했고 좀 더 진지하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찾아봐야 될 것 같다. 하루키가 말했던 본연의 나 라고 했을 때 하고 싶은 얘기들은 뭐지라는 것들을 현재는 찾아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4. 활동가로서 활동을 하시는 게 예술 작업에도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으신가요?
굉장히 영향을 많이 미치죠. 시간적인 요소도 그렇고, 평소 사고의 프레임워크도 그렇고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연결되는 지점들이 항상 있어요. 때때로는 그게 작업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데, 때때로는 한계가 되기도 하고 고민이 있죠.
하지만, 저는 활동은 활동, 예술은 예술 이렇게 칼 같이 구분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예술인이면서 거버넌스나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주로 “내 작업 해야하는데 시간이 뺏겨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니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에게도 예술과 활동을 나눠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일종의 개인의 계기가 있어서 그 이후로 구분되지 않고 통섭되고 융합될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예전엔 저를 소개할 때 시각예술가와 문화활동가를 본캐, 부캐라고 구분을 지어 소개를 했었는데, 요즘은 어느 샌가 그런 말이 기계적으로 나누는 듯한 느낌이 있어서 잘 안 쓰게되는 것 같아요. 본캐 부캐의 개념들이 아니라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두 개의 정체성들을 어떻게 더 융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있는 이유도 그 이유에요.
5. 여러 활동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개인으로서, 활동가으로서 어려움을 느꼈던 이야기를 나눠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먼저 개인으로서 이야기를 하자면 활동가이자 예술가, 또 그외 다른 일들 또한 하다보니까 N잡이 필수가 되는거에요. 돈을 벌어야해서 어쩔 수 없이 N잡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동시에 진행되는 일들이 너무 많고, 그 너무 많은 와중에서도 활동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 한 부터는 어떠한 연대 요청들이 왔을 때 모른 척할 수가 없는거죠. 활동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가치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람이 일 때문에 갈려 나가는 경우도 많고, 친구들과 소원해지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개인시간이나 이런 게 좀 줄어드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게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죠.
활동으로서의 어려움이라고 하면 뭔가를 바뀌기 위해서는 일종의 임계점들을 돌파해야 되는 건데 그게 쉽지 않다는 점 인거 같아요. 변화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중적인 공감대를 얻고 힘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쉽지 않아요.대중적인 공감을 얻으려면 일단 대중한테 많이 알려져야 되잖아요. 홍대앞을 예로 들면 현재 홍대앞의 문제들이나 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들, 여기에 생태계에 관련된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들이 분명히 있겠죠.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삶과 직면된 중요한 문제들인데 그런 것들이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서 다뤄지지 않는 거죠. 그러면 사실 없는 일처럼 되는 거에요. 스펙터클의 사회죠.
또 미디어에서 다뤄진다고 해도 그게 실제 해결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이미 다루었기 때문에 그 이후를 다루진 않죠. 사람들이 이제 피로함과 지루함을 느끼니까요.
이런 미디어 권력의 불균형성과 변화를 위한 임계점을 돌파하기 까지 고난함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서도 그렇고요. 그 과정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게 되고 지치게 되어요. 그래서 이 세상을 바꿔보고 싶어서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면서도 계속할 수 있는 방법들은 무엇일까들을 계속 고민이 들어요.
6. 홍대 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홍대 카미야 네이버 리뷰
맛집 추천을 하자면 홍대 앞 돈부리 맛집인 카미야를 추천합니다. 제가 학생 때부터 있었으니까 안 망해주고 있어서 고마운 가게에요(웃음)홍대 재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얘기가 있거든요. “홍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서교 근처의 홍대돈부리를 가지만 찐 홍대생들은 카미야로 간다”는 말이에요. 저는 정말 홍대 올 때마다 가는 것 같아요. 정말 추천합니다.
의미 있는 공간을 이야기 하자면 학교 총학생회실이죠. 거기서 1년 가까이 말그대로 진짜 숙식하며 살았거든요. 돈 아끼려고 자취방을 빼고 거기서 아예 씻고 자고 빨래도 하고 그렇게 살았었어요. 저한테 의미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공간이죠.
7. 최근 내게 감동을 준 00은?
<봉명주공> 2022
최근에 본 것 중에는 두 개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지난 주말에 봐서 아직까지 자극이 살아있네요(웃음) 지난주 주말에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고 있는 ‘봉명주공’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환경영화제에 출품했었던 작품인데 청주시에 있는 오래된 주공 아파트가 재개발되는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보통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사회적인 주제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연출이나 장면들이 투쟁의 현장을 다루는 방식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봉명주공이라는 작품도 재개발 문제를 다루고 있다보니 그렇게 빠질 수도 있었을텐데, 직접적인 장면을 다루기보다 사람들의 대화, 시위 현수막, 쟁의의 흔적 등과 함께 재개발로 인해 나무가 잘려나가는 장면과 같은 메타포로 은유적으로 보여주어요. 그래서 재개발 문제를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낀 것 같아요.최근에 제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보니까 저한테 영향을 많이 준 작품이 됐어요.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6월 2일 까지 상영한다고 하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어달리기Vol.2>
씨티알싸운드
그다음 날인 5월 22일, 씨티알사운드에서 하는 '이어달리기'라는 공연에 초대받아서 다녀왔어요. 씨티알싸운도 소속 뮤지션들 7명이 함께 공연을 하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7명의 아티스트들의 색깔이 다 너무 달라요. 색깔도 다르고, 똑같은 구성이 하나 없는데 다같이 하나의 레이블로 묶을 수 있구나. 각자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재해석해서 보여주기도 하고, 공연 제목 그대로 이어달리기에요. 3시간 가까이 공연을 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작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두번째 공연이라고 하는데, 매년 한다고 하니까 관심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