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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 오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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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인터뷰 일시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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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독립문화에 대한 열망 깔려 있다 - 오창훈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매월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조합원 인터뷰를 싣습니다. 2016년 9월호에는 오창훈 조합원을 인터뷰 했습니다. (이하 홍우주=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홍우주 : 제비다방을 하기 전에는 어떤 활약(?)을 했었는지 궁금하다.
레몬살롱을 7년 동안 운영했다. 지금 클럽FF가 있는 건물 4,5층에 있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다. 문화지형연구소씨티알은 더 오래됐다. 벌써 11년째다. 사무실과 문화공간을 같이 쓰다가 현재 제비다방이 있는 자리로 옮겨왔다. 11년 역사가 계속 이어지는 거고 문화공간만 레몬살롱에서 제비다방으로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홍우주 : 공간을 옮긴 직접 원인은 임대료 상승 때문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임대료를 더 내더라도 계속 그 자리에 있고 싶었다. 건물주하고도 아는 사이였다. 7년 이상 공간 사용하면서 대화도 잘 했고 관계도 나쁘지는 않았다. 건물주가 공간에 대한 나름의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 자리를 비워달라고 하는데 그냥 알았다고 했다.
4, 5층 합쳐서 80평 정도 사무공간과 15평 정도 레몬살롱을 운영했다. 그리고 밤을 새거나 힘들 때 잠을 잘 수 있는 간단한 휴게 공간도 있었다. 당시에 이 규모를 같은 조건에서 전부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를 가봐도 몇 년 하다가 쫓겨날 그림이었다. 부동산에서 차라리 그 돈으로 빚을 내서 건물을 사라 하길래 그냥 지금 있는 제비다방 건물을 샀다. 그 판단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원금은 갚을 엄두도 못 내지만 월세대신 착실히 은행이자를 내면서 운영하고 있다
홍우주 : 처음부터 복합공간을 구상한 이유가 있나?
중간에 잠깐 외국 갔다온 거 빼고는 97년부터 20년간 홍대앞에서 뭔가를 했다. 긴 세월 동안 지인들이 까페하다 망하는 것도 많이 봤고 권리금 장사를 목적으로 치고 빠지는 것도 많이 봤다. 주변에 많은 공간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걸 봤다. 생길 때는 반짝반짝 빛나는 공간들도 많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가 필요한 공간을 찾게 되었다. 문화를 매개로 소통하는 공간을 원했다. 지금 건물에 음악, 인쇄출판, 사무,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지인들이 씨티알에 모여서 즐겁게 놀고있다.
홍우주 : 그 다양한 공간을 관통하는 슬로건이 있나?
예전에는 모토도 있었다.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즐거운 게 이기는거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홍우주 : 이기는 대상이 뭔가?
초창기에 홍대앞에서 디제잉 페스티벌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옆에 리어카를 끌고 나서 몰래 공연한 적이 있었다. 홍대앞에 음악, 미술 등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주류 문화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모여서 얘기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들의 입맛에 문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 당신들의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인터뷰 할 때마다 적당히 말을 만들어낸다. 장난스럽게 지구정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뭐라고 답을 하건 홍대랑 맞는 독립문화에 대한 열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독립잡지도 만들어서 3년 해봤다.
홍우주 : 과거 사례를 얘기해주면 더 재밌을 거 같다.
제일 씨티알스러운 놀이터 프로젝트라는 게 있었다. 레몬살롱에서 했던 건데 일단 주제를 하나 정해서 무작정 사람을 모으는거다. 가령 “6개월 후에 지구가 망하면 뭘 남기고 싶냐?”는 주제로 사람을 모은 적이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인은 물론 수학 전공자, 문학가, 회사원 등 원하는 사람은 아무나 다 모았다. 일단 6-7명 정도 모이면 6개월 기간을 정해서 난상토론을 한다. 2주마다 한 번씩 모여서 얘기하고 녹음하고 녹취하고 그걸 나중에 책으로도 낸다. 첫째주에는 술부터 마시자 그래서 술을 마셨다. 다음 모임에서는 지구멸망대책위원회를 발족하자 그래서 만들었다. 커피만은 꼭 남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 커피에 대한 세미나를 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커피콩은 남겨도 먹지 못하니까 만들던 통을 남기자, 커피향을 남기자 뭐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계속 이어 간다.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식으로 6개월 동안 모임을 이어가고 나중에 리스트를 뽑아 보면 우리가 평소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과 아닌 것들이 보인다. 아무도 멸망을 앞두고 돈을 남기지는 않는다. 진짜 남기고 싶은 건 따뜻한 담요 한 장, 태양빛 같은 것들이다. 얼핏 보면 이런 모임을 통해 크게 바뀌는 건 없어 보이지만 같이 경험한 사람들은 분명히 어떤 느낌을 받아간다. 그 느낌을 갖고 다시  각자 분야로 돌아갔을 때 이전과는 다른 뭔가가 있다. 그러면서 세상도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우주 : 목적이 없는 걸 견디기 힘들어 하는 사회인데 주위에서 욕도 많이 먹었을 거 같다.
참가자들 중에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첫 회의하고 나면 반 정도가 빠져 나간다. 이게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3년에 걸쳐 4~5회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재미있게 참여한 사람들은 다음에 또 참여하고 그랬다.  다 참가한 친구도 있고 한 번 하고 빠져나간 친구들도 있다. 당시에 대안갤러리가 많이 생길 때였는데 거기서도 이해를 못했다. 전시를 하겠다고 그러면 내용이 뭐냐고 묻는다. 내용을 아직 모른다고 그러면 뭐하자는 거냐고 욕을 먹었다. 그런데 한 번 하고 나니 이해를 하겠다더라. 큐레이터 분들이 나중에는 그냥 냅두면 된다고 쉴드를 쳐 주기도 했다.
홍우주 : 그래서 뭘 전시했나?
아까 말한 “6개월 후에 지구가 망하면 뭘 남기고 싶냐?”는 주제로 전시를 했을 때는 전시장을 우주선으로 설정했다. 지구 멸망 후에 그 건물 자체가 우주로 날아간다고 설정하고 물건을 싣기로 했다. 작가라고 부르는 창작자들이 6개월 동안 모임했던 것을 바탕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을 모아 전시했다. 이미 존재하는 물건을 전시한 사람도 있고 나름 창작물을 만든 사람도 있다. 전시장은 택배 빈상자로 꾸몄다. 사람들에게 라벨지를 나눠주고 자신이 남기고 싶은 것을 직접 붙일 수 있게 했다.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작업이 길어지다보니 매뉴얼 작업도 많아졌다. 고양이는 생명체라 보낼 수 없으니 고양이 키우는 방법을 적어서 보내자 이런 방식이었다. 매뉴얼 읽는 사람이 외계인이라고 해보자. 이 매뉴얼대로 되어 있는 뭔가를 발견하면 그게 고양이가 되는 거다. 그걸 계속 읽다보면 애인 사귀는 법=고양이 키우는 법으로 인식될 수도 있고.
홍우주 : 반 정도는 본인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
실험학교 같은 느낌이었다. 재밌는 거는 프로젝트 와중에 빠삐용이라는 소설이 나와서 다들 비슷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신기하다 그랬다. 우리가 좀만 유명했으면 그 소설가가 우리를 따라했구나 라고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홍우주 : 외국에서 머물렀던 경험이 영향을 줬나?
씨티알 주축 중 한명이 건축소장(형)인데 형이 공부했던 AA라는 곳이 아방가르드하고 진보적인 곳이었다. 아무래도 거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나도 우연히 놀러갔다가 학교 구경하면서 형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서 접한 방식으로 우리도 뭔가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홍우주, 파워풀해졌으면 좋겠다
홍우주 : 재밌는 이야기다. 이런 문제의식이 홍우주에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하다.
홍대앞에 오래 있었으니 공간이 변화해가는 역사적 맥락을 다 알지 않나. 90년대 후반에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홍대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선도하는 곳이었고 실험적이었다. 여기서부터 출발한 재밌는 문화들이 많았다. 그런 분위기에 동참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일단 미친 듯이 놀았다. 날도 좋은데 페스티벌할까 그러면 갑자기 어디선가 다들 뭔가를 들고나와 공연하면서 행진을 하는거다. 공연에 대한 일정한 포맷이 없었다. 그냥 북이랑 들고 나가서 놀고 그러면 민원이 발생하고 경찰이 나왔다. 여기서 공연 못한다 이러면서 쫓겨나기도 했다. 작은 장난에서 큰 행사까지 홍대앞을 재밌게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전시할 때도 오프닝을 하면 고정관념을 깨서 막걸리에 전부치고 놀았다. 풍물패도 부르고 홍대앞을 한바퀴 돌기도 하고.
그런데 언젠가 내 복장하고 머리스타일을 두고 뭐라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전까지 홍대앞은 내가 뭘하든 지적받지 않았고 오히려 더 맘대로 하라고 했던 곳이다. 그런데 어느날 지적질을 받으니까 아 뭔가 바뀌고 있구나 이런 직감이 들더라. 주변에 잉여 친구들이 나이들면서 대부분 까페나 술집을 하니까 공간이 변해가는 것도 꾸준하게 봐 왔다. 계속 쫓겨나고 문화가 단절되고 10년전부터 생겼던 단골가게들이 밀려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는 홍대앞에 흥하니까 우리도 한 번 덕을 볼까 들어왔다가 권리금 올려 받고 나가기도 한다. 우리도 종로 쪽으로 가볼까 고민한 적도 있다.
홍우주 : 서촌 쪽을 말하는건가?
그 당시엔 서촌이 아직 많이 안 떴을 때라서 그 쪽으로 알아보긴 했다. 그런데 홍대앞에서 받은 게 많으니까 갚으면서 이 곳을 지켜나가자 이런 마음이었다.
홍우주 : 그런 마음에서 보면 지금 홍대가 어떤 거 같은가?
홍우주가 빨리 파워풀해졌으면 좋겠다. 비슷한 모임이 하나든 두 개든 상관없다. 홍우주 전에도 비슷한 시도가 없었던 거는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적이 없다. 행사하거나 모임 만들어지면 의례적으로 사람들 모여서 사진 찍고 회의 한 번 하고 그 게 끝이다. 대부분 요식행위였다. 그런데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고 대충 보면 알기 쉽지 않으니까 비슷한 경험을 반복한다. 홍우주는 누군가 한 명의 입김으로 가는 게 아니다. 여럿의 힘으로 진짜가 되었으면 좋겠다.
홍우주 : 그래서 홍우주가 파워풀해졌다 치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나?
월세동결? 잘 모르겠는데 요새는 이런 문제가 너무 많으니까. 예전에는 몇가지 희망사항이 있었다. 극동방송국 사서 공원을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는데 건물을 리모델링 하면서 물건너 갔다. 공장부지 사서 공원 만들자는 생각도 해봤고 미술학원이 많은데 언젠가 망할 거니까 그 건물 다 사서 레지던시나 갤러리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도 했다.
홍우주 : 마음껏 놀며 창작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지면 저절로 실험적인 시도들도 많아질거란 생각인가?
그렇다. 그러면서 잠잘 수 있는 공간까지 있으면 더 좋고. 모여 들면 저절로 잘 하는 사람이 생긴다. 예전에는 술집 주인 중에 시인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술집 가서 시 좀 한다 그러면 주인한테 막 욕 먹었다. 근데 지금은 어딜가도 문화예술인들이 다 쫓겨나고 있다. 만약 홍우주가 공간을 운영하게 된다면 마을회관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노래방도 있고 아무나 와서 고스톱도 치고.
홍우주 : 공간에 대한 열망은 공통인 것 같다. 스쾃은 어떤가?
좋다. 그런 거 하면 재밌겠다. 요새 공실도 많은데.
홍우주 : 스쾃이 여기선 문화로 인정받지 못한다. 소유권 건드리면 욕 엄청 먹는다.
그래서 조합원중에 법을 전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쾃도 하고 맘에 안 드는 가게 합법적으로 훼방을 놓는다든지.
홍우주 : 맘에 안 드는 데 어디 있나?
일단 프렌차이즈 없어졌으면 좋겠다. 삼거리포차가 1번으로 없어졌으면 좋겠다.
홍우주 : 상가임차인권리 운동에서 테이크아웃드로잉이나 우장창창처럼 건물주가 연예인인 경우에 유명세를 역이용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조사해보니 특정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통한 재산증식이 이미 연예인이라는 계층적 특성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수상인회 김남균 씨도 그런 주장을 자주 한다. 임대료 지도 같은 게 있으면 재밌을 거 같다.  다나와처럼 가게마다 임대료 현황이 다 나오는거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적정가격을 설정한다거나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홍우주가 그런 거 해야 한다. 지금은 조합 설립 초기라 일반 조합원이 부족하고 뜻있는 사람들이 약간 희생하는 분위기다. 이슈를 주도할 게 있으면 관심도 끌고 조합원도 늘고 여러모로 좋겠다. 작게라도 한 블록부터 해보면 어떨까도 싶다. 자봉단도 모으고.
홍우주 : 씨티알이나 제비다방 당면 목표는 뭔가?
더이상 빚은 안지고 있으니 유지 정도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다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으니까 최소한 생활비 걱정은 없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레이블이 우리끼리 노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이다.
홍우주 : 제비다방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어느 날 확 뜬 게 아니고 지속적인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본다. 공연장 만든 것도 주위에 친구들 중에 공연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술 한 잔 마시면 노래하고 이러다 시작한건데 여전히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다. 운이 좋게 마이너스가 안 되는 수준이다. 태생부터가 꾸준히 유지하면서 사람들 모으고 뮤지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목적인거라 수익은 안 난다. 다른팀도 마찬가지다. 제비다방 만들면서 그 동안 가진 자산을 다 썼다. 이제야 겨우 안정적으로 본전 유지하는 수준이다.
홍우주 : 다양한 공간이 더불어 살아가면 좋겠다. 문화예술의 성과들이 누적이 안 된다. 다양한 장르가 공존했으면 하는데 금방 금방 사라지고 트렌드 따라 가다 없어진다.
두리반 할 때 홍우주가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션들이 직접 생태계를 살리려는 시도가 좋았다. 여전히 머리만 잘 쓰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관객층이 없는 것도 아니다. 두리반, 바다비 살리기 등 경유하면서 여전한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버틸려면  어떻게든 버티는데 긴 세월 버티면서 지치는 것도 큰 거 같다. 혹자는 홍대앞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도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여전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 한 때 친구들도 문래동 많이 갔었다. 잠깐 떴지만 결국 다 가라앉았다. 이태원에는 가서 땅값만 올려줬다. 어떤 집단적 생태계라는 게 그냥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 만큼 홍대앞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여전히 소중하다.
홍우주 : 마지막으로 홍우주에 한마디 해 달라.
빨리 힘을 키우자. 뭐라도 좋다. 노이즈 마케팅도 좋다. (웃음) 일단 세간에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