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소- 대흥동 선거사무소
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숲 : 안녕하세요, 저는 미어캣이라는 활동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숲입니다. 얼마 전에 끝난 지방선거에 마포구 라선거구 대흥동 염리동 구의원 후보로 출마를 했었습니다. 지금은 선거가 끝나고 다시 마포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돌아왔네요. 그 외에도 활동가와 아티스트로서 다양한 연대활동과 음악이나 전시 등의 예술활동을 해왔습니다.
김혜미 : 안녕하세요, 저는 앞서 얘기해 주신 지방선거에서 선거 총 책임으로 있었던 김혜미입니다. 녹색당은 공동운영위원장 체제이기 때문에 저도 미어캣님과 같이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한지 지금 2년 차네요.
개인적으로는 복지 영역에서 정책 활동가로 사회복지 관련된 활동들을 해오다가 선거에 집중하고자 퇴사를 했고, 선거가 끝난 7월부터는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게 되었어요. 아마 여러 영역에서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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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이라는 활동명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계기는 친구들이 제가 미어캣을 닮았다고 해서 미어캣으로 불려졌던 게 계기고요(웃음) 미어캣은 무리를 이뤄 살면서 포식자로부터 자신이 사는 곳을 지키기 위해 서로 돌아가면서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동물이에요. 그런 미어캣의 특성이 제가 해온 활동과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현재까지 활동명으로 미어캣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2. 홍우주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혜미 : 저는 사실 마포에 오게 된 기간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어요.
20년 총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총선을 마치고 마포로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마포녹색당과 마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단체들에 가입을 했었죠.
홍우주 같은 경우에는 당시 마포 녹색당이 홍대 관광특구 폐지 관련해서 활동을 하고 있었고, 미어캣님이 현장에 계셔서 함께 참여헀다가 단편선이사장님이랑 정문식이사님을 만났어요. 사실 저는 사회복지 쪽으로만 활동을 하다 보니까 문화예술과 관련된 쪽으로는 별로 연이 없었는데, 마포녹색당에서 연대했던 홍대관광특구 폐지 활동이 계기가 되어서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숲 : 홍우주가 홍대 앞 예술인들 권익 보호 등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있어서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또 문식님이나 단편선님은 기존에 알고 있던 분들이기도 했고요. 저도 아티스트로서 예술활동을 하고 있고 지역 문제에 다양한 연대활동을 해오고 있어서 홍우주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저와 비슷했어요. 그래서 홍우주 사람들과 함께 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해서 가입을 하게되었습니다. 홍우주에 가입한 이후에는 혜미님이 말씀하신 홍대 관광특구 대책회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함께 결합하게 되면서 열심히 활동을 했어요.
3. 두 분 모두 활동가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숲 : 2015년부터 여러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에 연대를 해왔어요.
옥바라지, 우장창창, 아현포차 등에서 임차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던 현장에서 연대인으로서 연대를 시작 했던게 계기가 됐죠. 2016년에 경의선 공유지라는 공간에서 활동가를 제안받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혜미 :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공부를 하면서도 좀 더 급진적이고 거시적인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라는 단체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했었죠. 그때부터 복지국가 활동이나 사회 정책 활동, 주거 활동, 노인 빈곤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연대 활동들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녹색당을 만났던 것도 계기가 되었죠. 대학원 졸업할 즈음에 당원 가입을 결심하고 활동을 하면서 예전에는 복지나 사회 정책 쪽 부분만 많이 했다면 당을 만나서 생태계나 예술 이런 쪽으로도 훨씬 더 많이 겹쳐지게 되면서 더더욱 영역이 넓어진 것 같아요.
4. 여러 활동들을 하다 보면 체력적으로나 지치는 일들이 많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지속하게 해주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숲 : 첫 번째는 사람이에요. 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저의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을 만나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함께 사회를 바꿔낼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활동가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제 삶에 영향을 많이 끼치기도 하고요. 제가 만났던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제가 활동을 할 수 있게끔 만드는 동력이 되죠.
두 번째는 수많은 실패 속 조그마한 승리들 인 것 같아요.
젠트리피케이션 연대 현장에서 공간을 지키기 위해서 계속 싸워왔는데 결국에 강제집행으로 공간을 빼앗기고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사이에 조그마한 승리들이 있어요. 상가임대차 보호법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거나, n번방 관련해서 n번방지법이라는 법이 만들어진다든가 이런 작은 승리들이 우리가 행동하는 데 있어서 조그맣더라도 변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런 모든 활동을 통해서 제 개인적인 삶의 변화들이 분명하기 때문에 계속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혜미 :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끝나지 않아서 인 것 같아요.
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5년 동안 단체에서 다양한 역할들을 해오면서 많은 일들을 해봤거든요. 헌법소원도 해보고 출마도 해보고 토론회랑 간담회랑 기자회견도 수도 없이 해왔고... 그런데도 여전히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법안이 올라가게 되더라도 폐기되는 일들을 너무나도 많이 겪었어요. 그럴때마다 좌절과 실망도 생기고 실의에 빠지기도 하거든요. 어쨌건 끝나지 않는 이 모든 문제들이 개인적으로 저에게 가장 큰 동력이 되죠.
또하나는 당사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마 미어캣 님도 젠트리피케이션 활동을 하시면서 상가 분들과 함께 활동을 하셨어서 공감 하실 텐데, 저는 주로 노인 빈곤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활동을 했왔거든요. 제가 실의에 빠질 때마다 저를 건지는 당사자 어르신들이 있었다는 거. 저는 그 두 가지 정도가 제가 아직도 이 활동판에서 못 떠나고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5. 현재 가장 관심을 가지고 계신 사회적 이슈나 담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혜미 : 아무래도 기후위기 이슈죠.
그동안 선거가 세 번이나 있었는데 기후위기 관련한 논의들은 매 선거를 거칠 때 마다 흐려지는 것 같아요. 총선 때 봤던 기후 위기 아젠다, 대선 때 봤던 아젠다가 지방선거에서는 아예 소멸되고.. 오늘도 새 정부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방향이 나왔는데, 너무나도 형편 없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제는 진짜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숲 : 선거가 끝나긴 했지만 아직까지 여운이 남아있어서, 선거나 정치와 관련된 고민이 많이 있어요.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았던 이유는 뭘까, 양당체제가 공고해지는 이유는 뭘까와 같은 고민들이요.
결국에는 지역 정치부터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번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홍우주와 정책 협약식 했던 것들을 포함해서 공약으로 얘기했던 것들이 있잖아요. 지역 안의 문제들이나 지역 안에 소외된 사람들부터 관심을 가지고 선거는 끝났더라도 활동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바꿔나가야겠다. 이런 생각들과 계획을 세워나가는 중이에요.
6.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게 또 있으신가요?
이숲 : 이번 선거에서 대흥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 라는 주요공약을 냈었는데 선거는 끝났어도 관련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계속해서 추진을 해보자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채식 활성화에 관련한 공약도 있었는데 조례 제정 운동을 한다든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서 채식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계속 고민하고 찾아가는 중에 있습니다. 또 홍우주와도 정책 협약식을 맺으면서 이야기했던 예술인들과 지역 주민들을 이어줄 수 있는 생태계 조성과 같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 하는 중에 있습니다. 이렇듯 저희가 필요한 곳에서 계속해서 연대를 하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혜미 : 사실 세 번의 선거를 작년 올해 사이에 겪게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지쳤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원래 계획하는 걸 좋아하고 추진력 있게 뭔가 일을 밀고 나가는 걸 좋아하는 성향인데 지금은 계획을 세우는 것에도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침체된 상태에요. 나한테도 다시 빛나는 열정같은게 필요하구나를 느끼고 있어서 지금은 전국에 있는 다른 활동가들 만나러 다니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광주와 군산, 밀양을 다녀오고 어제는 미국에 입양된 한인 2세 3세 분들 중에서 인권 운동을 하면서 소수민족 활동을 하시는 분들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왔습니다. 제 개인적인 계획이라 하면 과몰입되어 있던 상태에서는 좀 빠져나와서 새로운 비전을 세울 수 있는 내가 되겠다. 인 것 같아요.
마포녹색당으로서는 앞서 미어캣님이 얘기해 주신 것처럼 우리가 뱉어놓은 말들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준비와 계획을 세우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두 달 반 동안 대흥동 염리동이라는 곳에서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꼬집어냈고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잖아요. 그리고 저희를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뽑아주셨고요. 당선이 안 됐다고 해서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 완전한 변화를 이룰 수는 없어도 변화의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지않을까 대한 생각들이 많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홍우주도 저희와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8. 선거활동 때 사용하셨던 어깨 띠와 명함 등 친환경으로 제작했다고 하셨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버려진 현수막으로 제작한 어깨띠
이숲 : 이번 선거때 ‘선거는 쓰레기가 아니니까’라는 기획으로 가능하면 쓰레기를 줄이는 선거운동을 하는 방향으로 얘기를 나눴어요.
업사이클링 작가님이랑 함께 얘기를 하면서 어깨띠는 예전에 사용했던 현수막 사용해보자, 수납 공간도 넣어보는 건 어떨까 등 추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명함 같은 경우에도 친환경적으로 코팅되지 않은 종이면 좋겠다해서 사탕수수의 부산물로 만든 종이를 사용했고요.
사실 그게 깔끔하게 인쇄가 되진 않아요. 약간 미색을 띄고 부산물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뭔가 보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친환경적인 방법이라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했고 많은 언론이나 후보 분들도 관심을 가져주셨죠. 그 외에도 현수막도 친환경 현수막으로 뽑고, 피켓도 종이 피켓으로 뽑고. 선거 운동복 같은 경우도 있는 자원을 좀 활용하자 해서 총선 때 썼던 녹색당 티셔츠를 뒤집어서 실크스크린으로 다 찍어서 만들었어요. 가능하면 자원을 새로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사실 업체에 맡기면 정말 빠르고 쉬워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새로운 자원을 써서 만들어지잖아요. 어깨띠나 운동복, 선거 현수막은 사용하고 나면 사실상 버려지는 건데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많이 고민을 했었죠
김혜미 : 굉장히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사실 선거를 준비하고 계획하고 진행하는 책임자 입장에서 사실 전력을 다투는 와중에서 이걸 선택하고 결정하고 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저희가 했던 어깨띠 명함, 운동복은 사실 기본이 아니라 옵션인 거예요. 그래서 제작을 맡길 때에도 가격이 훨씬 비싸요. 친환경 현수막을 한 장 뽑으려면 기존의 폴리 에스테르 현수막은 1~ 2만 원, 30분 만에 뽑아주기도 하거든요. 근데 친환경 현수막은 적어도 제작 과정이 3~4일이 걸려요. 이런 과정들이 분명 쉽진 않았어요.
이런 것도 이제 사실 한 번 재활용을 한 거지만 또 이후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또 워크숍을 준비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이거를 잘라서 또 다시 평범한 옷처럼 입고 다닐 수 없는 걸까? 부터 또 앞으로 쓰레기 업싸이클링 관련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라서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9. 왜 마포였을까요?
이숲 : 홍대 앞에는 항상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게 다양한 옷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하고(웃음) 또 홍대에는 홍대주민들도 계시고 학생들도 있고 음악하는 사람도 있고 가게 하시는 분들도 있고 각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다양성에 대해서 굉장히 오픈되어 있는 곳이 마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마포에서 지역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어떤 감수성 같은 것들도 저와 잘 맞았고, 그래서 저는 마포가 되게 편안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든 어떤 정체성을 가지던 사람들이 인정하고 존중하고 또 받아들여주는 곳이지 않을까? 그래서 마포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혜미 : 저는 이런 다양성이 있다라는 것에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마포만이 가지고 있던 것들이 없어지는 듯한 모습도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공간을 제대로 지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마포가 정치적으로도 열려 있고 새로운 정치에 대해 부담 가지지 않는 분위기도 좋았지만 어쨌건 ‘우리가 돈만 아는 저질이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어요?‘ 라는 질문을 했을 때 같이 공감해 줄 만한 사람들이 마포에 많지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가장 다양성을 가지고 퀴어한 공간.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고 지킬 수 있는 동네로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쩌면 후발 주자로서 마포에 들어와서 살게 된 거고 좀 더 오래 이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10. 홍대 앞에서 같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인가요?
이숲 : 이전에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카페 언플러그드를 소개 했었는데, 지금은 또 라이브 클럽 빵이 생각이 나네요. 제가 20대 초반부터 라이브 클럽을 정말 많이 다녔었거든요. 그때 갔던 라이브 클럽들이 지금은 많이 없어지거나 바뀌었어요. 사실 15년 가까이 계속 그 공간을 지킨다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계속 그 자리를 지키면서 인디씬의 인디밴드 인큐베이팅 역할을 해주는 그게 저는 라이브 클럽 빵인 것 같아요. 예전에 많이 갔었는데 지금은 사실 자주 가지는 못했어요. 자주 가도록 하겠습니다.
김혜미 : 저는 사실 술 마시는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웃음) 합정에 가면 코젤 다크 하우스라고 코젤 다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흑맥주집이 있어요. 저를 그곳에 처음 데려갔던 사람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다양한 맥주를 팔지만 원래 진짜 맛집은 단일 메뉴인 거 아시죠? 코젤다크라는 한 가지 술에 그렇게 자부심으로 가지고 오랫동안 판매하고 있다는 게 저한테 굉장히 인상적이였어요. 왜냐하면 합정이라는 곳은 매일매일 가게가 사라지고 돌아서면 프렌차이즈가 들어오는 동네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사장님의 자부심이 좋았어요. 나는 코젤 다크로 이 가게를 평정하겠다는(웃음)
그리고 저는 그 가게에서 듬뿍 올려주는 시나몬 가루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게가 크진 않은데 그 가게가 가진 감성도 저는 너무 좋아요. 그래서 홍우주에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가게를 추천합니다!
전태일기념관
11. 최근 내게 감동을 준?
김혜미 : 되게 따분한 대답일 수 있지만 어제 전태일 기념관에 갔다왔어요. 제가 요즘에 을지 오비 베어 투쟁 때문에 을지로에 자주 가거든요. 기념관이 을지로 노가리 골목 바로 맞은 편에 있어서 다녀오게 됐어요.
전태일 열사의 자필 글을 벽면에 그대로 동판처럼 새겨서 전시를 해두었더라고요. 그렇게 해놓은 이유 중에 하나가 멋진 것도 있지만 새들이 유리창에 와서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든 것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늘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멋지다라고 생각만하다가 어제 직접 관람을 했는데 굉장히 새로웠어요.
당시에는 노동조합이고 유니온이고 이런 개념이 전혀 없었는데도 그 분이 가지고 계신 신념이나 생각들이 너무 인상적이였죠. 본인은 차비를 아끼기위해 12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도 어린 시다들한테 풀빵을 사주고, 사람들을 조직하고 우리가 얼마나 불합리한 삶을 사는지 그분들께 권리를 알려주고 했던 과정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전태일 열사가 살면서 그렇게 대학생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셨다고 해요. 결국 영영 만들지 못하셨지만요. 그래서 제가 요즘에 그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을 자꾸 모으고 만나고 하는 이 과정에서 전태일 열사의 삶을 돌아보는 게 좋았던 거 같아요.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더 어린 사람이 그런 삶을 선택했다라는 게 굉장히 가슴 아픈 부분이기도 하고요. 1층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셨던 이소선 어머니 관련된 전시도 하고 있어요. 노동자의 어머니라는 게 별칭이셨거든요. 그분의 삶도 함께 볼 수 있는 전시도 진행 중이고, 민주주의 관련 전시도 하고 있어서 지금 가시면 여러 가지 전시를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안가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숲 : 최근 유희열씨가 발표한 ‘생활음악’ 프로젝트 음반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원에 대한 표절 의혹이 있었잖아요. 그것에 대한 사카모토 류이치씨의 대답이 너무 감동적이였어요. 모든 창작물을 기존 예술의 영향을 받는다 얘기를 하시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주저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실수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러면서도 상대의 실수에 대해서 관대하지 못한 지금의 사회에서 필요한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의 도덕적인 실수에 대해서 물어뜯고 이런게 사회에서 사실 굉장히 지칠때가 있는데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해 줄 수 있는 그 마음이 저는 굉장히 감동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저말고 나아가라’ 라는 말에 오히려 위로를 받기도 했고, 그 말을 할 수 있는 그 분의 마음이 대단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유희열씨 본인도 사과를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모자란 사람인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런 얘기를 하셨는데, 그분의 답변을 통해 힘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