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H 에디터 임은선입니다. 저의 미션 중에 하나는 스트리트H를 빼고 나를 소개하는 방법을 찾는 건데요. 스트리트H를 통해 일을 시작했고 이곳에서 일한 지 오래 되어 회사와 동기화된 상태라 회사를 빼고 저를 소개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자리가 있을 때마다 연습해보는데요. 오늘은 당신이 가진 이야기에서 진심을 찾고, 그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저를 소개하고 싶네요. 에디터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맥락과 핵심을 찾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2. 홍우주에 가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홍우주가 처음 생길 때 취재도 했었고, 이런 저런 일로 엮이면서 홍우주가 어떤 목적으로 생겼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으며 왜 이름은 이렇게 길고 어렵게 지어졌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어요. 그치만 저와는 관계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죠. 저는 홍대 사람은 아니거든요(웃음). 나는 홍대 사람은 아니고, 홍대 사람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관찰자라며, 계속 선을 그어왔어요. ‘왜 이 사람들은 홍대를 지키겠다고 저렇게 열심히 뭔가를 할까’, ‘도대체 홍대가 뭐길래 저래’ 라고 생각하는 외부 사람이었던 거죠. 근데 홍대 사람이 아니라고 그어놓은 선이 점점 희미해졌어요. 이곳에서 일어난 일에 언제까지 관찰자로만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됐고,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마포구 예술거점활성화 추진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제가 진행한 행사가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에서 진행되었는데, 그때 정문식 이사님이 뭐 필요한 거 없냐면서 나오셨거든요. 걸어오는 정문식 이사님을 보면서 ‘아 홍우주에 가입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가입했고요.
3. 이사로 출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것도 정문식 이사님 때문인데, 어느날 갑자기 연락을 하셔서 이사를 해볼 생각이 없냐며(웃음). 저의 세상을 확장시켜주는 건 제 선택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제안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선택은 제가 생각해볼 수 있는 범주 안에서 끝나는데 저 아닌 다른 사람의 제안은 제가 생각해볼 수 있는 영역 밖의 일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제안들이 올 때 대부분 수락하는 편이에요.(혹 저에게 제안주실 일 있으면 편히 해주세요 ㅋㅋ 쉬운 사람입니다.)
이사를 제안해주셨을 때도 고민을 안 했던 건 아닌데 새롭게 경험해볼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았고, 스트리트H 에디터로 일하면서 고민하는 부분-과연 홍대는 이대로 괜찮은가 같은 고민-들을 홍우주와 함께 해결까지는 아니지만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그동안 홍대앞에 조직들이 다양하게 있었는데 금방 와해됐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13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어떤 눈에 보이는 이득이 없는 채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어떻게 굴러가는 조직인지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지금 없어졌는데, ‘빌라선샤인'이라는 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가 있었어요. 거기 회원이었는데,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함께 교육을 받고 소모임을 열고 토론을 하고 당시 저에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자 좋은 자극이 됐는데요. 그런 커뮤니티가 저에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홍우주가 그런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사가 되면 막연한 기대감이 좀 더 뚜렷해지지 않을까 싶었고요. 일단 지금은 분위기 파악 중이지만요.
4. 홍대 밖 거주민으로서 느끼는 홍대앞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스트리트H의 다음호를 기획할 때 ‘이 동네는 진짜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만들고 나면 ‘아직 괜찮군' 이런 생각을 해요. 뭐가 없는데, 계속 뭔가 나와요(웃음). 여전히 아직도 재미있는 사람들이 홍대로 모이고 뭔가를 하고 있죠. 물론 양으로는 줄었지만 아직도 계속 있어요. 오랫동안 이곳에서 뭔가를 해왔던 사람들이 있고 새로운 활력을 주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다 끝났을 것 같은데도 끊임없이 새로운 활력을 찾아내는 게 이 동네의 진짜 매력인 것 같아요. 그게 그냥 평범한 생활인인 저에게 큰 힘이 되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도 괜찮아’를 이이 동네에서 마구 느낄 수 있거든요.
5. 취재를 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이나, 원고를 쓸 때 가장 주의하는 점 또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떤 주제의 일이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제가 하는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 좀 자연스럽게, 대화하듯이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자료 조사도 열심히 하고 질문도 꼼꼼히 뽑겠지만 취재하러 가서는, 질의서는 좀 넣어두고 대화하듯 흐름에 맡기는 편입니다. 텍스트를 정리할 때도 인터뷰할 때 받았던 인상, 느낌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주관인 표현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글에서 느껴지도록 쓰려고 하는데 독자분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네요.
6. 자신을 'edit'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편집을 하고 싶은가요?
날씬한 모습?(웃음)
제가 ‘간지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요. 외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이슈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간지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단순히 말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할 수 있는 사람, 섬세한 감각을 가지고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졌으면 좋겠고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행히 홍대에는 이런 분들이 많아서 자극도 많이 받고,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든든함도 얻어갑니다.
7. 홍대 앞의 다양한 공간을 알고 계실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데요, 그때마다 말하는 곳이 ‘종이잡지클럽’이에요. 다양한 잡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죠. 자주는 못 가지만,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거나 리프레쉬가 필요할 때마다 찾는 곳이에요. 특히 대표님이 관심사에 맞춰서 잡지를 추천해주시는데 그게 기가 막히죠. 종이잡지클럽에 갔다가 땡스북스에 가는 코스를 아주 사랑합니다.
8. 최근 내게 감동을 준
올 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본 전시,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 가 떠오르는데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가 1944년생인데, 나치에서 해방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파리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부모님이 유대인인데, 볼탕스키는 유대인 학살이나 전쟁을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유대인이라고 놀림받으면서 자라왔고, 유대인 학살, 전쟁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평생을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했고, 이 주제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했고요.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는데, 때마침 부산에 갈 일이 있어서 전시를 볼 수 있었어요. 작품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압도감을 느낀 전시였는데 그때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역사는 반복되고,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는 너무 나약한 존재구나 하는.
전시를 설치하는 중에 작가 분이 돌아가셔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전시가 되었지만 그 순간을 홍우주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야기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