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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 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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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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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솔가라고 합니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하고 있고 동시에 문화기획자, 국제 교류 관련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등  문화예술 기반의 일들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솔가라는 이름의 뜻도 궁금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하자센터의 노리단이라는 곳에 소속되어 있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구성원들끼리 닉네임을 만들어서 부르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노래를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워낙 노래를 좋아하다보니 한자로 ‘바람의 노래’라는 뜻을 가진 별칭을 짓게 됐습니다.
2.  먼저 근황이 궁금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무슨 일들을 하고 계신가요?
먼저 올해 계획했던 <솔가, 노래의 24계절>이라는 절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어요. 음악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저 스스로의 고민에서 시작한 일이기도 하고 실제 기후위기 관련해서 음악적으로 연결점을 만들고자 했던 것인데 워낙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힘에 부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다시 힘을 내려고 하는 시기입니다.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솔가, 노래의 24계절>에 대해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함께 활동하는 NGO 단체나 환경 운동가 친구들과 재난의 시기에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었어요. 워낙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한데 음악가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기후 위기를 좀더 인식하고 관련한 이야기를 할 기회를 더 만들수 있도록 노래도 만들고 공연기획과 같은 여러 일들을 하는 프로젝트 입니다. 절기에 한 번씩 하고자 했는데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어요. 절기가 보름에 한번씩 오는데 시간이 정말 빠르더라고요. 벌써 가을이 됐어요. 농부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고 있습니다.
3. 홍우주를 알게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조합원 가입을 한 것은 최근입니다. 가입은 올해 했지만 제가 홍우주 창립 관련한 첫 간담회 할 때 노래를 했었어요. 당시에 이런 단체를 만들려고 한다라는 말을 듣고 초대를 받아 노래를 했기 때문에 홍우주가 생기기 전부터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운영하실 때 공간도 잘 이용했던 사람이었고. 저에게는 홍우주가 홍대에 마지막 남은 싸움의 지표 같은 느낌이에요. 음악가나 예술가들이 싸울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기 어려운데 홍우주가 마지막 보루처럼 남아있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솔가님에게 홍대라는 지역은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저는 홍대를 음악신으로 먼저 만나지 않았어요. 원래 연극배우를 했었고 현재는 프린지 페스티벌이 된 서울독립예술제를 할 때 홍대를 먼저 접했습니다. 놀이터에서, 포스트 극장 등에서 연극을 했었죠. 이후에 노래를 시작하고 나서도 여느 인디 뮤지션들처럼 홍대에서 출발을 한 경우는 아니었고 2013년 비포장시대라는 팀을 하면서 홍대의 뮤지션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그것을 통해 홍대와 좀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4. 원래 연극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재는 뮤지션이 되어있잖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여쭤보아도 될까요?
긴 이야기가 있어서 좀 축약을 하자면 제가 연극을 할 때 느꼈던 것은 배우라는 포지션으로는  자신의 이야기, 하고 싶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년간 하나의 연극만을 반복하다보니 더 배우고 싶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배우로서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언어는 무엇일지,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더 보고 공부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잠시 연극을 중단하고 다양한 일을 했어요. 원래 전공이던 사회학을 마무리하고 세계일주를 하는 등 아주 바쁘게 지내고 나니 마침 연극계에서 연락이 또 왔었어요. 네 여자의 이야기가 담긴 연극이었는데 그때 누군가 제게 한 책을 선물해줘요. <일하며 논다, 배운다>라는, 재활용을 바탕으로 악기를 만들고 퍼포먼스를 펼치는 노리단에 관한 책이었는데 당시에 굉장히 흥미로워서 가볍게 지원서를 내봤어요. 면접을 보러오라고 하더라고요. 면접은 자유 주제, 자유 형식이었기에 저는 1인극을 준비해갔어요. 제가 그때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 상태였는데 그 모습으로 1인극까지 하니까 노리단에서 아주 인상 깊었나봐요. 그런데 저도 노리단이 인상적이었으니 서로가 흥미로웠던 것이었죠. 그래서 연극은 좀 더 미뤄도 된다라는 생각으로 노리단에 들어갔는데 결국, 연극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아주 축약된 긴 이야기예요.
2023 THE FESTIVAL ACADEMY, 그리스의 엘레프시나에서
5. 솔가님은 본인을 수식하는 단어가 여러가지가 있어요. 각각 어떤 의미일까요?
싱어송라이터는 말 그대로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사람이고요. 그 다음으로 Community Base Artist라는 말도 쓰는데 제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노래를 만들게끔 돕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것들이 노래가 될 수 있게 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커뮤니티 기반의 예술가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수식어를 쓰게 된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Cultural Project Imagineer가 있습니다. 제가 해외에 나가서 저를 소개할 일이 많은데요. 그때 문화기획자라는 말을 영어로 번역하면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단어가 매니징에 주로 초점이 맞춰지는 단어인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땅한 단어가 없을까 찾아보니 Imagineer라는 단어가 놀이터를 개발하고 창작하는 사람을 일컫더라고요. 저 역시도 문화를 매개로 새로운 창작을 해나가는 사람이다보니 그 개념으로 Cultural Project Imagineer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6. 솔가님은 현실의 문제의식을 노래로 녹이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계기가 있을까요?
지금 해군기지가 들어선 제주의 강정이 제 노래의 시작점이에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지역과 자연이 무너지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이 있었고 내가 노래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노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을이 파괴되고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노래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연결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제 음악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매개 역할로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주가 저에게 특별해요. 처음으로 냈던 EP앨범 역시 제주에 대한 곡들이었고 대부분 곡들의 모티브가 제주에서 비롯해요. 바다를 좋아하다보니 바다와 관련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습니다.
7. 솔가님은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을 노래로 만드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처음 작곡했던 <평화의 바람>이라는 노래는 강정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었고 올해 봄에 만들었던 <동백의 봄>은 ‘제주4·3사건’을 모티브로 한 노래예요. <동백의 봄>의 경우 ‘제주4·3사건’의 아픔 뿐만 여전히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있다는 것을 언어화시키고 싶었어요. <바다를 보았네>라는 노래의 경우 해녀 할머니들의 이야기인데 할머니들 어린시절에 푸르렀던 바다, 바다를 보며 설렜던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그런 바다의 모습도 지금 사라져가고 할머니들도 노래를 하시지는 않잖아요. 저는 그렇게 이야기 되지 못했거나 잊혀지는 것들을 노래로 만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8. 솔가님은 사람과 세상과 만나면서 노래를 만드시는데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연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같이 살자>라는 곡이 있습니다. 제가 커뮤니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만드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그 워크숍 이후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참여자분들은 기존 아티스트의 노래와 비교를 자꾸 하게되다보니 본인들이 부끄러워하세요. 그런데 <같이 살자>라는 곡은 당시에 곡을 완성하고나서 노래가 너무 멋진 거예요. 예술적이라기보다 그 메세지가 가진 힘이 크고 멜로디의 즐거움이 있어서 이 노래는 제가 욕심을 내서 살렸어요. 편곡을 해서 인천평화창작가요제 공모에 제출을 했는데 대상을 받게 됐고 덕분에 저도 노래를 할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또 한가지가 더 있는데 2014년에 청소년들과 함께 노래를 만드는 워크숍을 했는데 아시다시피 그 해에 세월호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신나는 음악을 만들기를 주저하면서 슬픈 노래를 만들어야할까 함께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모여서 편지 쓰기를 시작했고 아이들과 <잊지 않을게 0416>이라는 노래를 만들게 됩니다. 이 노래를 세월호 2주기에 함께 부르기도 하고 앨범을 내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안산 세월호 수요집회 같은 곳들도 다니고 그곳에 계신 어른들도 만나게 되는데 그때 참여했던 청소년 한 명이 후기에 이런 말을 남기더라고요. “우리는 그저  음악 한곡을 만드는 줄 알았는데 음악이 우리를 여행하게 하고 우리가 평생 만나보지 못할 사람들을 만나고 가보지 못할 곳에 가게 한다”고. 음악 하나를 만드는 과정이 새로운 역동을 만들어 내는구나 라는 경험을 그때 하게 된 것 같아요.
요란한 고사리 X 무중력 상영장 <독립 단편영화 상영회>
9. 올해가 벌써 하반기가 되었죠. <솔가, 노래의 24계절> 프로젝트로 소개해주셨는데, 하반기에는 또 어떤 일을 기획하고 계시나요.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세 음악인, 이호, 모호 프로젝트와 함께 <요란한 고사리>라는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2월에 생일파티 겸 공동 콘서트를 열었었는데 이렇게 모여서 뭔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제가 제안을 했어요. 저희는 모두 노래하는 사람이다보니 환경단체나 행사에 가수로 초대되어 노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왕이면 우리가 직접 판을 만들어봐도 좋겠다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우리가 사람들을 초대해서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듣는 일을 한거죠. <생생 프로젝트>, <생생생 콘서트> 등의 행사를 기획했어요. 고사리가 제주에 많기도 하고 가장 오래 살아남아온 생명체이기도 하거든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를 거치고 아주 오랜 시간 살아 남아있는데 우리도 잔잔히 오래 살아남고 계속 변화해가자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번에 무중력이라는 영화상영모임과 콜라보레이션으로 다큐멘터리 한편과 단편영화 한편을 같이 보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많이 와주세요.
10. 마지막으로 솔가님은 여행을 하며 “당신의 희망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는 프로젝트를 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솔가님이 생각하는 지금 시대의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요.
글쎄요. 그 프로젝트는 2013년에 제가 유럽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당신의 희망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을 하는 것이었는데 당시 좋은 말들은 많이 들었죠. 어린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었고 사람을 돕는 것입니다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왠지 모르게 헛헛한 기분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헛헛함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제가 10년 넘게 교류하고 있는 필리핀 원주민 마을의 부족장님에게 그에 관한 질문을 드렸거든요. 저의 음악적 스승이기도 한 그 분이 이렇게 답하시더라고요. 유럽에는 당연히 와닿는 답이 없을 거라고. 왜냐하면 유럽은 이미 희망을 획득했을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아직 희망을 획득하지 못한 채 절망의 사회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희망은 아시아에서 찾아야된다고. 얼마 전 제가 홍콩에 교류를 하러 갔다 문득 그 이야기가 떠올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홍콩도 현재 탄압 등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희망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2013년에 제가 했던 질문이 다시 저에게 돌아온 것 같았어요. 그 희망은 그들에게 예술을 자유롭게 할 수있는 자유일 수도 있고 세상일 수도 있을텐데요, 그런 이야기를 같이 해보는 것 자체가 지금의 희망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조합원 공통질문
11. 홍대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망원까지 홍대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망원시장을 좋아해요. 자주 갑니다. 맛집이 많은데 국수먹으러 많이 가기도 하고 월드컵 시장 끝에 있는 순대국밥도 자주 먹으러 갑니다. 국밥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주 좋아할거예요. 또 망원 시장은 아니지만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콩나물 국밥집도 아주 유명하죠. 홍대앞을 추천해야하는데 망원시장이어서 좀 웃기지만 그렇습니다.
글로리아 안잘두아(Anzaldúa)『경계지대/경계선: 새로운 메스티자』
12. 최근 나를 감동시킨 것은 무엇인가요?
미국 여성학자 중에 안잘두아(Anzaldua)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분이 쓴 논문 중 <보더랜드(Boderlands>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분이 하는 연구가 미국의 여성 이주민에 대한 것인데 여성 이주민은 남성 이주민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늘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낸다라는 것이에요. 계속 삶을 변형시키고 이주자 커뮤니티를, 사회를 변형시키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거죠. 거기서 나온 것이 ‘경계지대’라는 개념이에요. 이 개념이 저에게 계속 남더라고요. 경계를 넘는다라는 말을 하잖아요. 경계지대의 의미는 경계를 넘는 것만이 아니라  경계 사이에 모호한 지점에 구멍 같은 걸 내거나 불규칙한 균열을 일으켜서 다른 식으로 사고하고 바라보는 역동을 계속해서 만드는 지대예요. 예술도, 문화기획도 모두 그런 경계지대를 만드는 일 같고 저도 그런 지대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 경계지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가 사회에 중요할 것 같아요. 올해 읽은 책중 추천하고 싶은 한국 책으로는 올해 나온 이하루 작가의 <사회적응 거부선언>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하나의 마을이 한 아이를 키워내듯, 이런 불균형한 경계지대를 거쳐온 한 예술가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나아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