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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인터뷰 - 김수영

분류
조합원 인터뷰
인터뷰 일시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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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주는 제가 처음 경험하는 문화예술공동체입니다-김수영
인터뷰 날짜 : 2019.05.31
인터뷰 및 정리 : 나동혁
장소 : 홍우주 사무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평일엔 홍우주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문화예술노동자 김수영입니다. 예술노동자라는 표현은 올해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작년까진 이런 생각을 못했어요.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에서 진행한 텀블벅의 리워드 스티커가 있는데 연필+우주선 모양에 예술노동자라고 적혀 있어요. 이걸 과연 내 노트북에 붙여도 될까 하는 생각에 그간 모셔두고만 있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엔 매일 쓰고 있지 않으니 작가라고 하기는 뭐합니다. 올해부터는 홍우주에서 지역혁신청년활동가이자 노동자로 일하고 있으니 예술노동자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습니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노동을 하면서 동시에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자는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홍우주에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주로 서비스업을 했습니다. 미술학원, 까페, 도예공방 등 여기저기서 알바를 많이 했죠. 대학교 조교일이나 그림책 삽화, 그래픽 외주 작업도 했구요. 도서관 알바는 4년차입니다.”
회화과를 나온 것으로 아는데 회화과를 졸업하면 보통 어떤 진로를 선택하나요?
“졸업 이후에는 강사를 하든 자기가 차리든 학원에 많이 가요. 일반회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업으로 작품을 그리는 사람은 극소수예요. 개인 작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외주 작업이나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합니다. 제 주변에서는 공간기획, 공연기획하기도 하고 게임회사나 마케팅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반회사로 가는 경우에는 전공을 살릴 수 없으니 허탈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어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회사도 다양합니다. 일반사무직이라면 관련이 적겠지만 게임, 디자인, 그래픽 관련 회사는 그래도 조금은 전공과 관련이 있죠. 후자 쪽을 선택한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졸업 이후에 다시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하니까 힘들어해요. 졸업 전시까지 달렸는데 다시 다른 분야 학원 등록 하고 상담 받고 길게는 2년 가까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졸업 전에 취업준비를 시작한 사람들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취직에도 불리하죠.”
그런 경우에 취업 후 생활은 어때요?
“이제 신입이기 때문에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게임회사 같은 경우 노동 강도가 높은 편이나, 미대 졸업 치고 연봉이 높은 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워낙 다들 미래를 불안해 하니까 정기적으로 수입이 들어온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정감도 있죠. 여기서 경력을 쌓아서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도 있고, 노동조건이나 대우가 더 나은 해외로 나가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 IT사업의 노동강도야 워낙 유명하니까요.”
수영 씨는 졸업할 즈음 어떤 고민을 했었나요?
“일단 졸업을 완료하자는 생각이었어요. 학교를 열심히 다닌 편이 아니었습니다. 밀린 학점을 채우고 졸업작품 준비하는데 정신이 없었어요. 그게 2014년이니까 홍우주 만들어질 때쯤이겠네요. 학교 안에서 먹고 자고 했습니다. 저학년 때 학교를 열심히 안 다녔어요. 당시 위계질서가 너무 싫었습니다. 집단에 대한 순종을 필요 이상으로 강요했어요. 체육대회 같은 행사 준비에 알바같은 개인 사정으로 어쩌다 하루 못 나가면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모욕을 줬습니다. ‘남들은 (자기 희생해서) 다 오는데 넌 왜 안 하냐’는 식인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단지 한 학년 어리다는 이유로 초면에 반말을 듣고 있으면 기가 차고요. 이런 예상 밖의 분위기 때문에 학교랑 멀어졌어요. 원래 폐쇄된 공간을 힘겨워 하는데 통학 거리가 멀어 러시아워 때마다 지하철 타는 것도 고통이었습니다. 가족에게마저 ‘다들 그렇게 사는데 넌 왜 못 하냐’는 말을 듣는 건 더 큰 고통이었구요. 졸업을 앞두면서는 닥친 일이 있으니 이런 것들에 꽤 무뎌졌었습니다.”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을 강타했고, 예술계도 예외가 아니었잖아요?
“당시 미대 내 성폭력도 많이 회자되었어요. 대부분 개인이 피해사실을 공론화하면 주위에서 응원, 공감하는 방식으로 연대가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2010년대 초반보다 그런 움직임이 활성화되었죠. 용기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게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강한 연대의식을 느낍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시절은 어떤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안 좋았던 경험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친구들을 만났으니까요. 서로의 내밀함을 공유했던 친구가 몇 명 있어요. 그리고 학교가 아니더라도 그 바깥에 소중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추억을 나누던 공간이죠. 그리고.. 학자금 대출이 남았네요. 아직도 갚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홍우주에 취직도 했으니 열심히 갚아야죠. 등록금이 너무 비쌌어요. 시설도 상당히 낙후한 편인데. 천장에서 석면이 떨어지는 수준이었습니다. 등록금 외에 개인 지출도 많았구요. 재료비가 대부분 자부담이고 졸업 요건으로 요구하는 것들을 다 수행하려면 이런 저런 돈이 많이 듭니다.”
졸업 후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세요.
“꾸준히 일을 찾아서 했습니다. 초반에는 작업실을 구했어요. 그런데 유지비 감당이 힘들다 보니 지금은 친척집 방 한 칸에 유화 도구와 캔버스를 맡겨두었습니다. 그림 작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대신 작업실 없어도 가능한 분야에 눈을 돌렸어요. 2018년에 서울시 청년수당 대상자가 되었는데 지원금을 활용해 다양한 강의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제일 관심 있는 분야는 소설이었어요. 노트북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 이후로 습작을 썼습니다. 창비학당에서 김성중 작가 강의를 들으면서 썼던 초고를 마무리 중입니다. 소설은 나이 들어서도 계속 쓰고 싶고, 소설이 아니라도 글쓰기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나의 생각을 말할 때 내가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어떻게 홍우주를 알게 되었나요?
“당시 홍우주에 상근하던 모라 씨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STACCATO H 강의도 듣게 됐죠. 청년수당을 받아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홍우주를 못 만났을 수도 있었겠네요. (하하하)”
홍우주에 가입한 계기는 뭔가요?
“좀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홍우주에서 일하게 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조합원이 된 것과 홍우주에서 일하게 된 것이 서로 맞물려 있어요. 가끔 그 두 영역을 구분하기가 모호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정체성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서 좋습니다. STACCATO H 오픈클래스 법률강의도 들었고, 셀프브랜딩 노상호 작가편도 들었는데 둘 다 유익했습니다. 파이카 스튜디오의 포스터 디자인도 매력적이었어요. 그런 경험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업을 듣던 사람에서 1년 만에 기획하는 사람이 되었네요?
“전혀 생각 못했던 변화입니다. 전임자들처럼 잘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전임자들을 만날 수 있다면 만나보고 싶습니다. 직접 뵐 수 없다면 메일로라도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홍대앞은 어떤 곳인가요?
“사실상 처음 경험하는 문화예술 공동체입니다. 졸업하고 혼자되는 게 굉장히 무서운 일이거든요. 하지만 홍대앞에서는 혼자 돌아다니며 책보고 술먹고 춤추고 그래도 이상하지 않죠. 그래서 저는 홍대가 편해요. 모라 씨도 여기서 만났어요. 혼자 다니다 만난 사람이죠. 모라 씨를 통해 많은 곳을 소개받았어요. 요즘은 여러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성격은 엄청 아싸인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니까요. 요즘은 그게 재밌습니다. 졸업 이후에 학교 밖에서 배운 게 더 많아요. 예를 들면 재미공작소에서 들었던 김정연(DIY 뮤직가이드북 일러스트 담당, 웹툰 작가)님 워크숍에서 만난 수강생 분들은 교사, 프로그래머, 독립출판자 등 다양한 직군인데 약 3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멀리 있어도 서로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포근한 모임이에요. 좋은 작품 아래에서 만나 서로의 습작을 볼 수 있었기에 가능한 모임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많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많이 배우고 고민도 깊어지고 있음을 느껴요. 좋은 모임을 기획하고 싶다 생각하게 된 계기입니다.”
글을 쓰고 있을 때 행복한가요?
“몸은 피곤한데 어느 순간부턴 집중이 됩니다. 다 쓰고 났을 때 상쾌함이 있어요. 직업이 없었을 때는 평일 하루에 8시간씩 썼습니다. 아점 먹고 까페에서 4시간, 집에 가서 저녁밥 먹고 다시 카페에서 4시간씩 쓴 덕분에 초고속으로 데뷔...는 아니고 집 앞 까페 단골이 되었습니다.(하하) 정소연 작가님의 SF 강의를 듣게 된 계기로 200매 정도 되는 중단편을 시도할 수 있었는데요. 합평 기간 전까지 제출이라는 시간제한이 있어서 단기 집중하는 방식이 도움 되었어요. 그런데 직장(홍우주)에 다니기 시작하니까 이전처럼 몰아 쓰기 어렵더라구요. 활동 지역도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에 집중 가능한 장소와 시간을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학창시절 교수와 작가를 병행하는 선생님을 뵌 적이 있는데 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에 도시락 싸들고 작업실에 가서 직장인처럼 하루 8시간씩 작업하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이미 자신보다 더 일찍 와 있는 사람들도 많았대요. 주 6일을 그렇게 보냈다고 하시더라구요. 작가로서 작품을 팔려면 즐기기도 해야겠지만 정말 치열해야 하는구나, 그 때 생각했습니다.”
지역혁신청년활동가로 홍우주에 들어오셨는데 어떤 느낌인가요?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공부하며 사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공부한 내용을 회의를 통해 바로 피드백 받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자료 만들고 이런 과정이 좋아요. 이전에 했던 일들은 일회성이 강했기에 비슷한 경험이 별로 없었습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발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주말에도 일한다고 들었어요. 결과적으로 일주일 내내 일하는 샘인데 힘들지 않나요?
“번아웃이 되지 않기 위해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쉴 때는 제대로 쉬고 능률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해요. 평일과 주말 일터의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유지 가능한 스케줄입니다. 이 와중에 사람들 만나며 재밌게 놀기까지 하고 있어요. 입사하고 한 달 간, 일주일에 평균 두 세 번 정도 모임이 있었네요. 친구들과 대화하고 술도 먹고 춤도 추고 고양이도 만집니다.”
가끔 그런 삶이 이방인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할 때는 없나요?
“서울이란 도시에서 사는 한 누구나 느낄 것 같아요. 거주지가 도봉구인데 고향이나 우리동네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사는 집이 내 것이었다면 생각이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죠. 무엇보다 집에 내 개인 공간이 없어요. 있었다면 집이 있는 동네에서 작업, 활동했을 것 같아요. 홍대앞에서 우당탕탕하며 보낸 시간이 인생의 타임라인에서 짧지만 더 강렬했습니다. 이 지역 언저리에 정체성의 일부가 살짝 걸쳐져 있습니다.”
홍대앞에 이사오는 게 꿈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요?
“이사 와도 이방인 느낌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낯선 그런 느낌이 좋습니다. 너무 친밀하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느낌이죠. 한국 사회에는 그런 감성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홍대라면 그런 관계성이 지속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해외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하지만, 로또나 당첨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늘 기대하고 있죠.(웃음)”
외국계 회사를 다녀보는 건 어떨까요?
“사실 회사라는 느낌이 어직 어색합니다. 아무튼 그들이 바라는 역량이 있을 텐데 저에게 그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림이든 소설이든 기획이든 내가 만든 컨텐츠가 더 필요해요. 올해 일과 사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니까 또 생각이 계속 바뀌겠죠. 그러면서 하고 싶은 작업이 생길 것이구요. 그래픽 디자인과 글은 컴퓨터가 있으니 계속하려고 합니다. 제 공간이 생긴다면 고민이 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간기획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전에 망원에서 파티공간을 기획한 적이 있었는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홍우주에서 어떤 일,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홍우주에서 일하고 조합원 모임에도 나가 보면서 당사자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어떻게 이 모든 일의 필요성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아무리 홍보를 해도 그런 느낌이 없으면 안 오니까요.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방법을 더 배우고 싶어요. STACCATO H의 경우 얼마 전 받아 본 컨설팅 자료가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작년에 직접 클래스를 들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구요. 소비자 입장에서 들어보면 기획할 때와 또 느낌이 달라요. 스스로 생산자이자 소비자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문화예술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모임, 강의, 워크숍 등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 같은데요.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나요?
“주로 인터넷과 지인인데 특히 sns 비중이 높습니다. STACCATO H 프로그램 중 보스토크와 전기가오리가 참여한 <몇 년 째 하십니까>는 트위터에서 봤습니다. 다른 권역 강의들도 대부분 트위터나 인스타에서 많이 서치해요. 올해 sns 홍보를 강화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새로운 게 없나 찾는 분들이 sns에 많습니다.”
단기적으로 설정한 목표는 뭔가요?
“돈을 모아서 홍대로 이사오는 거죠. 독립도 해야 하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합니다.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 빚이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1주일에 한 곳씩 홍대앞 몰랐던 공간 가보기도 실행 중입니다. 여전히 좋은 공간들이 숨어있어요. 이번 가을까지 습작들도 마무리할 생각이구요. 예전에 서비스업 위주로 일할 때는 나를 기존의 틀에 맞춰 구겨넣는 연속이었습니다. 내게 맞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해야 즐겁습니다. 최대한 내게 맞는 일을 찾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발전해 나가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홍우주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합에 가입했으니 다양한 조합원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이것도 올해 목표가 되겠네요. 이렇게 가입하자마자 인터뷰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